보도자료 직원과 이익 나누고 인재 키워 독립시킨다 2014-06-16 운영자 · 35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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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0년대 경제개발계획이 추진되며 놀라운 속도로 일궈낸 우리 산업화의 이면에는 빈부격차라는 그림자가 존재한다. 이는 수십 년간 끊임없이 격렬한 노사갈등으로 불거지며 기업인들은 “노조 때문에 경영을 못할 지경”이라고 책임을 돌렸고, 노조는 “나눌 줄 모르는 기업인들”에 분노했다. 이처럼 노사갈등이 경영위기를 부르고 국가 경쟁력을 저하시킨다는 건 다들 인정하면서도 가진 것을 선뜻 직원들과 나누며 갈등을 해결하려는 기업인들은 많지 않다.
그런 점에서 김명환(63) ㈜덕신하우징 회장은 남다른 기업인으로 꼽힌다. 15일 서울 신월동 덕신빌딩에서 만난 그는 “많이 가진 사람들이 더 움켜쥐려고 욕심을 부리는 것이 문제”라며 “직원들과 이익을 공유하며 하나가 되려는 것이 중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건축용 철강 구조물인 데크를 생산하는 덕신하우징은 관련 분야의 독보적 1위 업체로, 지난해 매출 1,044억원, 순이익 117억원을 기록했다. 이 업체의 데크는 전국의 공장형 아파트나 지하주차장, 상가 건물, 오피스텔, 교량 건설 등에 등에 쓰인다. 내로라 하는 국내 10대 건설사 모두 이 데크를 사용해 건물을 올린다. 이 같은 성과 덕분에 이 업체는 지난달 코스닥 상장심사를 통과해 8월 상장 예정이다.
회사가 커지고 수익이 많아지면 욕심을 부릴 만도 하지만 김 회장은 집을 비롯해 본인 소유 자산이 없다. 이익을 직원들에게 나눠주고 회사에 재투자하겠다는 확고한 경영 방침을 끊임없이 실천하는 그는 이익이 나면 항상 직원들과 나눈다. 그는 지난해에 이어 올 설에도 연간 순이익의 10% 정도를 직원들의 성과급으로 풀었다. 적게는 400%, 많게는 550%까지 성과급을 받아 든 임직원 220여명의 얼굴에는 당연히 웃음꽃이 피었다. 2005년부터는 매년 전 직원이 부부동반으로 국내외여행을 떠난다. 경비는 모두 회사에서 부담한다. 올해 광복절에는 독도에 전 직원이 발을 디딜 예정이다. 입사 12년 차인 정진욱 과장은 “부부동반으로 한꺼번에 이렇게 여행을 가는 회사는 거의 없을 것”이라며 “상장을 앞두고 우리사주도 배정하는 등 직원들을 잘 챙기니 더 열심히 뛰게 된다”고 말했다. 그렇다 보니 이 업체에는 회사와 직원 간에 커다란 마찰이 없다. 그가 통합의 경영인으로 불리는 이유다. 김 회장이 직원들을 아끼는 이유가 있다. 충북 홍성군 농가에서 6남매 중 막내 아들로 태어난 그는 가난한 형편 때문에 초등학교 졸업 뒤 농사꾼이 됐다. 1년간 다른 집에서 머슴살이를 했고, 1980년 서울 난지도에 대형천막을 치고 덕신상사를 창업하기 전에 다른 건자재 업체에서 영업사원으로도 일했다. 힘들게 일하던 시절 늘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던 생각은 ‘왜 직원들은 힘들게 일만 해야 할까’라는 고민이었다. 이것이 만약 회사를 차리면 직원들과 이익을 나누겠다고 결심하는 단초가 됐다. 국제구제금융(IMF) 위기를 맞은 1998년 영업부장에게 8억원이란 거금을 사기 당하는 등 회사가 무너질 뻔한 경험을 했어도 직원들에 대한 김 회장의 애정은 변하지 않았다. 그렇다고 덕신하우징에 노사갈등이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다. 약 10년 전 노조가 쟁의에 돌입하며 조업을 중단했던 시기도 있었지만 당시 김 회장이 전면에 나서서 노조와 협상했고 파업이 철회됐다. 이후 노사협의회가 구성돼 노사 통합의 길을 걷고 있다. 김 회장은 “부부 간에 다툼이 있는 것처럼 아무리 잘해도 노사갈등은 생긴다”며 “오너가 나서지 않고 자리 지키기에 급급한 전문경영인을 앞세운 협상은 갈등 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그간 김 회장이 키워서 독립시킨 직원들 중 상당수는 현재 건자재 업계에서 어엿한 기업인들로 자리잡았다. 이들은 명절 때 찾아오거나 직원 부부동반 여행 등 회사 행사에 참석해 덕신하우징과 연을 이어가고 있다. 김 회장은 “어느 선배 기업인은 ‘왜 좁은 시장에 자꾸 직원들을 가르쳐 내보내냐’고 타박도 했지만 내게는 자식 같은 이들인데 뭐가 잘못됐는지 모르겠다”며 “일 잘하는 직원들이 더 좋은 회사로 스카우트 되거나 창업을 해서 잘 되는 게 나의 보람”이라고 말했다. 건축용 철강 데크는 대기업이 뛰어들기 애매한 시장이라 앞으로 덕신하우징 경영이 휘청거릴 우려는 적다. 사실상 안정적인 기업군에 포함되지만 김 회장은 자녀에게 회사를 물려주지는 않을 계획이다. 두 딸에게는 경영권 행사가 불가능한 규모의 주식을 상속했고, 자신이 가진 나머지 70% 이상의 주식은 가칭 덕신하우징 공동체를 만들기 위해 직원들에게 넘길 생각이다. 가장 존경하는 독립운동가이자 유한양행 설립자인 고 유일한 박사가 걸었던 길을 걷겠다는 신념이다. 김 회장은 “내가 주식을 그냥 내놓아야 공동체가 이뤄질 수 있다”며 “수백 차례 논의한 끝에 가족들도 내 뜻을 받아들이기로 했다”고 말했다.
김창훈기자 chkim@hk.co.kr 출처: 본기사는 한국일보 김창훈 기자의 기사 내용 입니다.<한국일보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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